21-23면/직장생활: 쉽진 않지만, 해보긴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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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6-12 22:56 조회1,322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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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쉽진 않지만, 해보긴 해봅니다
장지용
회사원 겸 estas 공동조정자
사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영 쉬운 것은 아니다. 대단히 어려운 주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자폐인이 직장생활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자폐인의 고용률, 즉 취업률은 겨우 28.1%이다. 지적장애인(28%)과 엇비슷하며 정신장애인(10.9%)보다는 꽤 많이 고용되었지만, 지체장애인(42.8%)보다는 덜 고용된 셈이다.
그래도 자폐인으로서 일하는 것이 훨씬 나은 삶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자폐인으로서 일해본 결과, 일하는 것이 최고의 ‘재활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니, 종합적으로 재활하는 방법을 하나만 꼽으라면 ‘취업해서 일하는 것’을 꼽고 싶을 심정이다.
자폐인들의 상당수는 부모의 돌봄에 의존 받고 있고, 학교, 주간활동센터나 장애인복지관 등에 다니는 사례가 그나마 나을 정도이다. 최근 들어서 이 방식은 금지되다시피 해졌지만, ‘시설’에 보내는 것이 ‘최종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시설’에 보내는 것은 결국 자폐인을 ‘폐기 처분’하는 것에 가까우니 나는 ‘시설’에 보내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한 것을 깨는 것이 바로 ‘고용’, 즉 취업해서 일하는 것이다. 자폐인이 취업해서 돈을 번다는 것 자체를 뛰어넘어서, 종합적으로 가장 필요한 대안이기도 하다.
나는 자폐인 노동자로서, 매일 출근을 해야 하니 결국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매일 아침에는 씻어야 하며, 알맞은 시간에 집을 떠나 대중교통으로 출근길에 나선다. 지정된 시간까지 회사에 도착하면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하루 별의별 일이 벌어진다. 일하는 데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고, 삶의 이야기는 그렇게 하나하나씩 쌓인다. 점심시간을 즐기고 가끔의 휴식을 즐기면서 계속 일하다 보면 결국 퇴근 신호가 올라오면 퇴근으로 하루는 끝난다. 퇴근 후 집으로 곧바로 돌아오거나 퇴근 이후 생활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다시 ‘삶은 시작되고 이어진다’
직장생활에서 매우 반복되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뭔가 새로운 일은 생겨난다. 문제는 새롭게 생겨나며 동료나 상사의 분위기는 매일 다르다. 점심 메뉴는 매일같이 달라지며 바리스타 같은 직업이라면 만나는 사람은 매일 바뀐다. 심지어 같은 노선의 버스나 전철을 탄다고 해도 같은 운전사가 운전하는 것도 아니며 차량도 다르다.
그런 직장생활을 나는 하고 있느냐 하면, 나는 이것이 내 삶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나는 직장생활을 ‘지금도’ 하고 있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2013년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입학을 생각하던 와중에 집에서 취업 쪽으로 방향을 틀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결국 대학원 대신 한국장애인개발원 입사라는 결정을 했다. 그 와중에 처음으로 본 취업 면접에서 ‘사례관리’ 개념을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일설에는 그 ‘사례관리’를 답한 면접 발언을 듣고 나를 낙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대학 졸업식 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한국장애인개발원 출근 명령이 내려온 것이고, 2013년 2월 27일,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1+1계약으로 2015년에 정확히 2년을 마치고 기나긴 직장 방랑 생활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대기업 자회사, 사회적 기업, 가족회사 등 직장들의 유형은 다양했다. 기나긴 직장생활 방랑기는 현재는 한 기업의 인천 사무실 직원으로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최근 나는 그 새 직장에서의 첫 월급을 받았다. 역대 최고 월급인 약 200만 원가량이다.
직장에서 만난 인연들은 나중에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로도 발전했다. 나중에 일이 있어서 나를 부르기도 하고, 예전에 일했던 직원과 tvN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 에피소드처럼 새 직장에서 재회하기도 했고, 많이 가던 동네의 영업점에서 과거의 상사를 만나기도 하고, 심지어 내가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물론 경조사에 가기도 한 것은 덤이다.
직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법률적 의무이자 사회책임이고, 결국 이러한 관계를 배우는 일도 이제는 법적 의무이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더라도 장애인과 일터의 상관관계를 배우는 것은 진정한 법적 의무이다. 나는 그 장애인과 일터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고 가르칠 수도 있다. 법률에서는 장애인과 일터의 상관관계에 관해 배우는 것을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 교육을 할 강사 자격을 지난 4월에 취득했다. 나는 직장 문제가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강의 활동에 나설 것이다. 다행인 점은 지금 직장 사무실이 ‘지식산업센터’, 즉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하였던 점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곳에 입주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도 법적으로 그 교육 의무가 있으니 그런 것이다.
자폐인에게 직장생활은 최고의 ‘재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관리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또 직장생활이 끝나면 즐기는 삶의 재미있는 오락이나 자기계발 활동, 그렇게 찾아오는 휴일의 즐거움까지! 이렇게 삶이 채워지는 동안 통장에는 월급이라는 이름으로 금전이 쌓여가고 당사자는 그것을 자기 생활에 요모조모 쓴다. 나조차 내 월급으로 휴일 가족 밥을 사주기도 하고 생필품을 인터넷 주문도 넣어서 배달받기도 하는 일이 많다. 그러한 삶을 위해서, 자폐인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최고이다.
직장생활에 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이 어떠냐고 말이다. 그 회신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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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ing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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